뇌의 신경세포 사멸로 인한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에 봉독(벌침)이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나왔다.

경희대 한의대 배현수 교수(사진)는 파킨슨병이 유발된 생쥐에 봉독을 주사한 결과 파킨슨병으로 이어지는 신경세포 사멸이 50% 정도 줄어든다는 실험결과를 얻었다고 31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뇌의 중뇌 앞부분의 흑질 부위에서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사멸해 도파민 분비에 문제가 생기면서 운동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60세 이상 노인의 약 1%가 이 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근 파킨슨병이 면역기능과 관련이 있고, 체내 면역시스템에서 핵심인 T세포가 뇌 속으로 들어가 또다른 면역세포인 소신경교세포의 기능을 조절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신경교세포는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신경세포를 사멸시키는 여러 물질을 만든다.

연구진은 T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면 소신경교세포의 활동이 위축돼 결과적으로 신경세포 사멸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설 하에 T세포를 억제하는 또다른 면역세포인 조절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을 찾는 연구를 진행했다. 전통 한약재 200여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전통의학에서 류마티스성관절염 등의 치료에 이미 쓰이는 봉독의 효과가 탁월함을 확인했다.

파킨슨병이 유발된 실험용 쥐의 복강에 봉독을 주사한 후 7일이 지나자 소신경교세포의 활성이 90% 가량 줄었고, 도파민성 신경세포 사멸이 50% 정도 감소했다. 염증성 매개물질과 단백질 산화 정도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조절T세포를 제거한 동물에 봉독을 투여하면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배현수 교수는 "몸 속 조절T세포 기능을 강화하면 T세포 활성이 줄어들어 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그 결과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사멸시키는 소신경교세포 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봉독에 들어있는 어떤 물질이 조절T세포를 제어하는지 찾는 연구결과도 곧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 지원 하에 이뤄졌으며, 연구결과는 면역학 분야 학술지인 `뇌행동면역학' 11월호에 게재됐다. 

안경애기자 naturean@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2110102011657650002